『생의 마침표에. 천 일의 쉼표를 찍다,』 저자 이주완 군을 만나다

  • 작성자 : 정책공보관실(박은영)
  • 작성일 : 2020-09-17
  • 조회수 : 48

 

“세상이 2016년 3월 28일에서 멈춰 버렸다.”

 

고3 수험생이 자신이 겪은 1,009일 간의 병상 기록과 애틋한 가족사랑을 담은 책을 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주완 군이 펴낸 ‘생의 마침표에. 천일의 쉼표를 찍다,’(레드우드)가 그것이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며 건강했던 19살, 학생회장 선거에 당선된 후 고3이라는 시간을 더 힘차게 보내려 했던 이주완 군. 갑자기 백혈병 진단을 받고 삶의 모든 방향은 병의 치료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향하게 된다.

척수항암치료, 골수검사, 조혈모세포 이식 등 수많은 검사와 치료 과정에서 마주했던 고통과 절망을 이겨내고 그는 올해 23살의 나이에 다시 고3이 되어 학교로 돌아왔다.

그런 이주완 학생을 햇살 좋은 가을 오후,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마른 몸매에 훤칠한 키, 앳되고 선한 얼굴을 한 이주완 군은 조곤조곤 나직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자신이 건너온 시간과 앞으로 걸어갈 내일을 이야기했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2016년 3월, 처음 백혈병 진단을 받고 1,009일 간 투병 생활을 했다. 현재 약은 따로 먹지 않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완치라기보다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얼마나 더 좋아질지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병원에는 3일에 한 번, 1주일 한 번, 1달 한 번씩 가다가 지금은 3달에 한 번씩 간다. 교과서만 공부하고 서울대에 합격한 것처럼 굉장히 운이 좋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등교가 쉽지 않은데 현재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

 

올해 전일고 3학년으로 복학해 다시 학교에 나갔는데 3월부터 코로나19로 등교를 할 수 없어서 많이 아쉽다. 네 살 어린 동생들한테 좋은 이야기도 들려주고 함께 즐거운 고3 시절을 보내고 싶었는데 할 수 없게 됐다. 지금은 학교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통해 열심히 대입을 준비하고 있다.

 

 

책을 쓴 이유는?

 

제 경험을 통해 각자의 희망과 행복을 찾고 소중한 일상을 돌아보았으면 했다. 많은 분들이 전해주신 감사함으로 제가 살고 있다고 책에도 적어두었는데 그 감사한 마음에 보답하는 한 걸음이지 않을까 해서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

그래서 작년에 복학하지 않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 가족들에게 미리 얘기하면 기대하고 기다리게 되니까 혼자서 조용히 준비했다. 매일 컴퓨터만 들여다보니까 엄마는 ‘쟤가 뭐하나?’ 하셨을 것이다. 첫 장과 끝장을 먼저 쓴 뒤 그 사이의 기록들을 채워갔다. 다 쓰고 나니 A4용지로 300장이 되었다. 초고를 써서 출판사 30곳에 보냈는데 4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 중에는 대기업도 있었는데 원고를 최대한 수정하지 않고 제 목소리를 반영해주는 출판사를 선택해 올 1월에 계약을 했다. 초고 양이 많아 다시 1/3로 줄이는 작업을 했다.

 

 

평소 글쓰기 연습을 많이 하나?

 

따로 글쓰기 연습을 하지는 않는다. 조금 재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첫 장과 끝장 내용이 그려졌다. 그리고 중간 내용을 채워가는 과정이었다. 평소에도 말하기 전에 속으로 한 번 써보고 말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말하는 것 자체가 글쓰기 연습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투병 생활 동안 틈틈이 특정한 사건, 검사, 약, 주사 등 큰 틀 위주로 기록을 해두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단어 하나만 봐도 입원부터 퇴원까지 생각나고 거기 얽힌 기억과 풍경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내용을 책에 담아냈다.

 

 

 

책이 나오고 주변 반응은 어떤가?

 

우리 가족은 부모님, 누나, 형, 나 이렇게 다섯 식구인데 평소에도 대화가 많은 편은 아니다. 다들 무덤덤한 스타일이다. 올해 1월에 출판사와 계약하고 책을 냈다고 말하자 식구들 반응은 “아, 그랬어?” 이 정도였다.

친구들은 의외로 제 책을 많이 읽었다. 그중 한 명은 영등포 교보문고를 갔다가 전화를 했다. “오늘 신간 에세이 코너에서 저자가 너랑 이름이 똑같은 책을 봤다?” 그래서 그게 나라고 했더니 다시 가서 꼭 책 사서 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내 친구 중에 책을 쓴 친구는 너 밖에 없다”면서 “처음엔 친구여서 읽었는데 마지막엔 작가 이주완을 만났다”고 많이 격려해주고 응원을 해줘서 고마웠다.

 

 

투병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파서 잠을 못 잤다. 잠을 자면 그 시간 동안은 다 잊고 지낼 수 있는데 잠을 못 자니까 그 시간 동안 계속 아파야 하고 또 다른 고통도 느껴야 하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어렵게 잠이 들어도 병실에 갑자기 불이 켜지면 어김없이 한 침대가 비워지고 그 자리에 있던 분은 세상을 떠나고 만다. 특히 무균실에서는 항상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해서 퇴원 후에도 잠을 제시간에 잘 수 없었던 점이 가장 힘들었다.

투병 생활은 참 길었지만 제 책 표지에도 그려져 있듯이 마치 달팽이 같았다.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이지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 투병기간, 자신을 버티게 했던 힘은 무엇인가?

 

교과서적으로 말하자면 가족의 사랑, 희망, 행복 그런 것들이겠지만 저한테는 불확실성이 그 시간들을 버티게 해 준 힘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끝이 있다는 것을 알면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힘들었다. 그런데 아무리 모두 안된다고 해도 안된다고만 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마치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 같았다. 자기가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평소 본인의 성격은?

 

긍정적이기도 하고, 바른 성격인 것 같다. 올바름 위에 사람이 가지는 모든 성격을 다 가진 것 같기도 하다. 슬프기도 하고, 부정적일 수도 있고, 이 순간들을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시간들도 있었을텐데 그런 것들이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됐다. 제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었고 지나치게 긍정적으로만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걸어왔던 것이 결국 이 길의 끝에 긍정적으로 닿을 수 있게 된 듯하다. 평소에는 까불거리고 장난도 많이 하고 앞에 서는 것도 좋아한다.

 

 

투병 기간을 같이 버텨준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엄마에게 나는 ‘이사갈 줄 모르고 매일 싸웠던 제일 친한 동네 친구같은 아들’ 인 것 같다. 사실 가족 간에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 느껴지는 것이 있다. 초심이라는 말을 하는데 말하는 것이 변하고 행동이 변해도 처음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엄마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엄마에게 감사하다고 할 때는 정말 그 마음을 다 담아서 담을 수 있을 때 그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골수 이식해 준 누나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에게 누나는 건강 그 자체다. 제일 중요한 게 건강이기 때문이다. 참 신기하다. 누나 덕분에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진다. 지금도 누나랑 자주 통화한다. 옛날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서로 말 안해도 뭔가 다름을 느끼게 된다. 누나는 저보다 8살 많다. 제가 수술할 때는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바로 귀국해 골수이식을 해줬고 지금은 독일에 살고 있다.

 

친구들과 자주 연락하나요?

 

병원에 있을 때 항상 먼저 연락을 해줬던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지금도 자주 연락한다. 군대 갔던 친구들은 제대도 하고 복학도 많이 했다. 친구들한테 항상 고맙다. 내 상황을 알면서 먼저 연락하고 안부를 물어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면 고민도 많이 되고 용기도 필요할 텐데 항상 연락해주고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만나는 친구들이 고맙고 소중하다.

 

 

다시 고3이 되었다. 가고 싶은 대학이나 학과는 정했는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서울대 의대가 아니겠나? 하지만 갈 수 없는 거고.(웃음) 아직 무슨 대학, 무슨 과를 가야겠다 정해놓고 공부하지는 않는다. 문과 계열로 갈 생각인데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는 이유는 이번 수능이 내 마지막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인듯하다. 현재 할 수 있는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면 뭔가 또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오늘을 잊지 않고 내일을 꿈꾸며 사는 삶을 살고 싶다. ‘오늘’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고, ‘내일’을 꿈꾸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살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은 찾아가는 중이다. 구체적인 분야는 말을 들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 살다보면 말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정작 들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해결되는 일이 상당히 많은데 말이다. 그래서 들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씩 해 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오늘 날씨가 참 좋은데 이렇게 좋은 날 산책도 하고, 친구들과 영화도 보고, 얘기도 하고, 어찌보면 스쳐지나가는 하루의 평범한 일상이 요즘은 특별한 것이 되었다. 사람들이 이런 시간을 힘들게만 받아들이지 않고 나뿐만이 아니지 하면서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런 책들을 많이 읽으면서도 그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는 생각을 못하곤 한다. 삶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면, 그것이 나중에 많은 것들을 바꿔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제 책도 한 번씩 읽어봐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수줍은 미소로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진심을 담아낸 이주완 군.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책 표지에 단정한 글씨체로 ‘우연은 운명이 놓아주는 다리라고 합니다. 오래도록 좋은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달팽이를 닮은 자신의 사인을 건네주었다.

그의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의 모습이 기대된다. 이주완 군의 밝고 건강한 내일을 힘차게 응원하며 오늘도 여전히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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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 2021-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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